너무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길고도 짧았던 한 달이 끝났다. 많은 것을 배운 것 같기도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워서 세세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 번 회고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cs-10은 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마스터즈 코스가 시작하고 거기에 적응하는 시기였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CS 10 자체에 대한 회고보다는 CS 10을 진행하며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회고에 가까울 것 같다.
마스터즈 코스가 시작하기 전, 걱정이 많이 앞섰다. 첫째로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기본적인 포맷인데, 거기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면 많이 나태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둘째는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였는데, 약 두 달 과정인 패스트 캠퍼스의 컴퓨터 공학 전공자 따라잡기 온라인 완주 반에 이미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가지 걱정 모두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 극복해낸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지만 애초에 무리한 일정인 것을 알고 진행했으니 크게 후회되는 점은 없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걱정거리 중 하나였는데, 화상으로 하는 모각코(모여서 각자 코딩)가 생각보다 아주 효과적이었다. 초반에 농담으로 판옵티콘 같다고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확실히 혼자서 할 때보다는 훨씬 집중이 잘 되었다. 그러면서도 집에 있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집에 있으면서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과 개발하는 장점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집돌이인 나에게는 최고의 환경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내용도 어려워지다 보니 조금씩 타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력적인 부담도 조금 생겨 생활 패턴을 간신히 이어나갔던 것 같다. 지금도 계속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대로 나를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저항해보며 고쳐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한편, 마스터즈 코스 시작 한 달 전부터 패스트 캠퍼스의 컴퓨터 공학 전공자 따라잡기 온라인 완주 반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마스터즈 코스에 붙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구글 독스에 면접 일정을 적으며 인원수를 세어봤었는데 그때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다행히도 결과를 빠르게 알려 주셔서 정신적으로 큰 타격은 없었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스터즈 코스에 합격하든 안 하든 계속 공부는 이어 가야 했고, 만약 붙는다 해도 내가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싶었던 OS와 시스템 프로그래밍 부분이 지나간 뒤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전공자 따라잡기를 들어보니 만만치 않아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도 CS 10에서 다루는 부분과 따로 인강을 듣는 것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어느 정도 내줬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고 타협하는 부분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런 부분은 앞으로 채워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부분은 중반이 넘어가면서 알고리즘에는 거의 손을 못 댔던 것인데, 수요일마다 나오는 알고리즘은 사실 내가 해내려 했던 것보다 훨씬 쉬운 부분이었고,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알고리즘이 특히나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확실히 대비해야 하는 데, 앞으로 보낼 시간 동안 이 부분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CS 10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가장 잘했던 부분은 블로그를 만들고 TIL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수업 시간에 아주 인상 깊은 블로그를 보여줬는데, TIL 꾸준하게 써온 블로그였다. 일단 밑으로 쭉 나열된 TIL이 멋있어 보였고, 눈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성실함이라는 부분을 그나마 시각화하여 보여 줄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 느껴졌다. 배운 것을 정리한다기보다는 일기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하루도 끊이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강제로 성실해지고 있는 것 같다. 잔디도 덩달아 심어지고 있는데, 그동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채우기 시작하니 욕심이 조금 난다. 왼쪽에 뚫려있는 땜빵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적어도 잔디로 화면을 다 채우는 날까지는 계속해볼까 한다.
TIL을 쓰며 좋았던 점은 내 상태를 점검할 수 있고, 마일스톤의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성하다 보니 회고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의식적인 연습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회고를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전에 했던 실수들을 반복하기 쉬워지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고 회고가 그것을 최소화해주는 수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번 회고를 쓰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그동안의 생각을 글로 옮기며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구체화하는 것이 아주 좋은 것 같다.
앞으로는 3주 동안 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CS 10 미션을 하는 동안에는 테스트 코드나 OO를 따르는 구현을 최소한으로 하고 미션에 제시된 키워드 자체의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구현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잘 동원해서 작성하고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벌써 기대된다. 다음 주는 전공자 따라잡기 최종 과제를 수행해야 하므로 그동안 배운 것의 복습에 치중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에는 앞서 말했듯, 알고리즘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두고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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